‘사무장병원’이란?
사무장병원은 의료법 제33조 의료기관 개설 주체가 아닌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 주체인 의료인이나 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는 불법의료기관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의료서비스의 공공성과 국민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의료기관 개설주체를 의료인 및 의료법인 등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런 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장병원’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의사들 중에는 진료 능력은 탁월하나 경영에는 전혀 소질이 없어 병원 개설이 부담스럽거나, 진료는 물론 경영 능력도 있지만 병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 뜻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의료인들을 병원 개설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없지만 자금과 경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사무장’들이 유혹해 ‘사무장병원’이 탄생하게 됩니다.
‘사무장병원’ 왜 위험한가?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무리한 대출을 통해 의료기관을 개선,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으로 영리만을 추구합니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는 물론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거나 고가의 약을 처방하는 과잉 진료를 일삼는 등 부적절하고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 등을 환자로, 외래환자를 입원환자로 둔갑시키거나 입원 기간을 늘리는 등 유령 환자를 양산해 부당 청구하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런 사무장병원 행태는 환자 개개인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며,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낳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사무장병원은 병상 수는 확대하면서 의료인은 최소한만 고용하고, 불법 건축을 시행하거나 소방 시설을 미비하는 등의 방식으로 의료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꺼립니다. 환자관리와 안전사고예방에 필수적인 의료 인프라를 갖추지 않는 것은 큰 인명 피해를 낳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이 2009∼2017년 최근 9년간 적발된 사무장병원(1천273곳)과 기존 전체 누적 의료기관(12만114곳)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은 병실당 병상 수가 훨씬 많으며 저임금 인력을 활용하는 등 이윤 추구 구조로 인해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익 증대에만 몰두하는 사무장병원은 과밀 병상 운영은 물론이고 항생제 및 수면제 과다 처방, 일회용품 재사용, 신체 결박 등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실제로 같은 연령대의 비슷한 중증도 환자 100명이 입원했을 때 사망자 수(2012~2016년 평균)가 사무장병원은 110.1명으로 일반 병원급 의료기관(98.7명)보다 11.4명이나 많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당연히 과잉 진료도 일삼습니다. 진료비도 비싸고 주사제 처방 비율도 높으며 장기 입원일수도 1.8배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러한 지나친 영리 추구는 각종 불법, 과잉 진료를 통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넘어갑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일반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 건당 요양급여비용은 4만 9천 원인 반면, 사무장병원은 21만 원으로 16만 1천 원이 높습니다. 환자 1인당 연간 평균 입원일수 역시 일반 의료기관이 31.7일인 반면 사무장병원은 57.3일로 1.8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외에도 사무장병원은 환자가 적법한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할 수 없는 불법 의료기관임에도 보험청구를 해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핵심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도 마땅히 근절되어야 합니다.
더욱 강화된 ‘사무장병원’ 처벌 방안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처벌 방안 역시 강화되었습니다.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경우, 면허를 대여해준 의사의 면허 재교부 금지기간이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습니다. 또한 의료인 면허증 대여 여부, 의료기관 개설자 제한 위반에 대한 조사를 거부, 방해, 회피하는 경우 200만 원 과태료 처분에 그쳤으나 금번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조사를 명시한 조사를 거부, 방해 회피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장병원을 설립하자는 유혹을 경계하고, 혹시라도 내가 근무하는 병원이 사무장병원은 아닌지 점검해보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도 ‘사무장병원’이 아닐까?
보건복지부의 사무장병원 실태에 대한 보고 내용에 따르면 적발된 사무장병원 대부분은 시설 및 인력 투자에 인색하고 감염관리, 안전관리의 필요성을 등한시하여 이 같은 비용을 지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근무하는 병원의 비용 지출이나 운영이 비상식적이고 이에 더해 이직률까지 높다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근무하는 병원의 최종 책임자와 평소 인사, 급여관리로 연락하는 책임자가 다르고, 최종 책임자의 존재를 다른 직원들도 잘 모른다면 사무장병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사무장병원임이 의심되면 우선 의심되는 부분에 대한 시정을 병원 측에 요구하고 그럼에도 변화가 없을 시에는 신속히 전직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의료인으로서 사전에 자신이 근무하게 될 병원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최대한 조사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전조사를 통해 사무장병원이 의심되면 취직을 피할 수 있으므로 현명한 예방책이자 해결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무장병원’을 막기 위한 대책 ‘의료법인 운영 가이드라인’
실무에서는 의료법인의 이사장이 비의료인인 경우 수사기관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무장병원조사 대상이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사무장병원이 아님에도 의료재단의 요건을 적법하게 갖추지 못하거나 운영 원칙을 지키는 데 소홀히 한다면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의료법인 적법 운영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3가지만 간단히 언급하자면 첫번째, 자금관리, 인사관리의 최종 결정은 이사장 또는 병원장이 직접 해야 합니다. 이는 대표가 자금관리, 인사관리를 직접 모두 챙겨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금, 인사관리의 최종 결정은 대표가 직접 하도록 결제, 보고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이사회 운영, 임원 변경 시 정해진 절차를 형식적으로라도 꼭 밟고 서류로 남겨놓아야 합니다. 세번째, 의료법인 운영상 세부적인 경영 내용을 외부인이나 직원에게 전적으로 맡겨놓기보다는 주기적으로 직접 챙겨 그 내용을 숙지해야 합니다. 특히 병원 재산을 처분하거나 발생한 수익을 사용할 때는 의료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야만 추후 억울한 조사나 판결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만약 현재 사무장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면, 행정처분 의료인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 Leniency)를 통해 적발 시 받는 행정처분의 일부를 감면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있다 하더라도 각기 다른 병원 사정에 적용하기란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사무장병원 운영에 따른 조사를 받거나 법적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면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불법 행위로 인정되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소명을 해야 처벌을 피하거나 그 수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송 기간 동안 안정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을 갖춘 든든한 조력자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무엇보다 평소 내 병원이 사무장병원이 될 소지는 없는지 늘 경계하고 전문가를 가까이 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자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