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가이드 시리즈 3편 “의료사고 여부 판단 기준 ① – 의료인의 설명의무”

병원 진료 시 의료인으로부터 나의 질병과 치료 방법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는가? – 의료사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은 ‘의료인의 설명의무’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신체적, 정신적 손해를 봤다고 해서 모두 의료사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분쟁 발생 시 그것이 의료사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첫번째 기준인 ‘의료인의 설명의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의료인의 설명의무란 무엇인가?

의료인은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의 전 과정(검사∙진단∙수술∙치료 등)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가집니다. 

반대로 말하면, 환자는 의료인으로부터 자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도 됩니다. 이때 치료방법은 물론, 의학적 연구대상 여부, 장기이식 여부 등에 관련된 내용까지 충분한 설명이 되어야 합니다.

‘의료인의 설명의무’가 중요한 이유는 그 내용이 환자가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받지 않을 것인지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설명만 했다고 끝은 아닙니다.

의료인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동의’를 위한 것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 및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함)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환자의 동의’가 중요한 이유는 의료행위를 통해 인체에 침해가 가해질 수도 있기 때문인데, 

이때 환자의 몸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일시적인 또는 영구적인 안 좋은 현상과 반응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의료인이겠지요. 

그러므로 의료인은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환자에게 전달해야 하고, 그것이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환자가 원치 않는다면 수술 또는 시술을 행해 환자의 몸에 변화를 일으킬 권리가 의사에게는 없습니다. 의료행위에 대한 각종 정보를 모두 듣고, 몸에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치료를 받기로 결정하는 것은 오직 환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이것이 바로 법률에서 정의하는 ‘자기결정권’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기결정권’에 따라 환자는 자신의 신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인지하고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받지 않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도 이러한 환자의 권리를 인정하여 설명의무 침해를 보통 자기결정권 침해라고도 부릅니다.

Check List

◎ 환자가 받을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다른 의료인이 해도 되나요?

환자가 받을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담당 의사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담당 의사가 아닌 주치의나 다른 의사를 통한 설명도 가능합니다. 

단, 의사가 아닌 의료보조자(간호조무사 또는 병원 사무직원 등)가 이를 대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 환자가 받을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가족에게 대신해도 되나요?

위의 ‘환자의 동의’에서 알아봤듯이 기본적으로 환자 본인에게 설명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사리분별력이 없을 경우가 있겠지요? 이런 경우 환자의 자기결정권 또는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환자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고 의료인이 무턱대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환자의 ‘보호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울 경우 환자를 대신해 환자의 자기결정권, 설명의무에 따른 수술여부결정권을 갖게 되는 사람을 쉽게 말해 ‘보호자’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가족이 보호자가 되는 경우가 많겠지요.

그렇다면 환자가 의식이 명료하고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보호자에게만 설명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이런 경우에는 환자가 자신의 몸에 일어날 일에 대한 권리, 즉 ‘자기결정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의료인의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보호자, 가족과의 설명의무 및 동의는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의사소통능력, 의사결정능력이 없을 때에 한해서만 가능합니다.

◎ 의료인은 환자에게 진료의 어느 단계까지 설명해주어야 할까요?

의료인은 환자에게

  • ①진단을 통해 알게 된 결과인 질병의 유무와 그 종류
  • ②의료인이 시행할 치료행위의 종류와 내용
  • ③해당 치료행위에 따르는 부작용이나 후유증 등 치료행위에 수반해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이때,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더라도 신체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경우 설명의무 내용에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임신 계획이 있는 가임기의 남성 또는 여성 환자에게 항암제 약물 투여가 필요한 경우입니다. 항암제는 희소하지만 불임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는데, 임신 계획이 있는 환자에게는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므로 그 가능성이 아주 낮다 하더라도 투약 전 반드시 불임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지요.

◎ 의료인의 실수로 수술이 잘못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나요?

치료행위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설명은 현재의 의료기술을 통해 의료인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치료에 성공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계속적∙일시적∙부수적인 부작용에 관한 것에 한정됩니다. 따라서 의료인의 과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까지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인의 설명의무 + 환자의 동의 = ‘의료계약’

판례에 따르면 환자가 의료인에게 진료 및 처방∙치료를 받기로 하는 것은 하나의 ‘의료계약’이성사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제대로 ‘의료계약’이 맺어졌을 경우에는 의료인이 수술하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하게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해행위가 발생하더라도 「형법」에서는 이러한 의료행위를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로 규정합니다. 즉, 의료인이 성실하게 설명의 의무를 다했고, 이에 환자가 동의했다면 신체 침해행위의 위법성은 사라지고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왜 ‘의료인의 설명의무’가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의료인이 환자가 받을 진료∙치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거나, 설명을 했더라도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을 때는 의료계약상 의무위반에 해당하고,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게 됩니다.

동전의 앞뒤 같은 ‘의료인의 설명의무’

예시 A

응급환자의 보호자가 의료인의 의학적 권고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퇴원을 요청하여 퇴원시켰고, 환자가 퇴원한 이후 사망한 경우에서 보호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전담의 및 주치의는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죄를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또한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보호자의 결정권보다 의료인의 생명유지의무가 더 중요하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예시 B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해 수술 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의료법에 따라 설명의무가 면제되며 환자의 동의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치료행위가 긴급하면 긴급할수록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요구는 비례하여 감소합니다. 응급상태에서 절대적으로 수술이 필요하거나, 전신마취상태의 수술 중에 연관부위를 방치하면 다른 부위가 중대한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예시 C

반면, 경미한 치료이거나 위험성이 적은 치료행위라 할지라도 긴급한 의료행위가 아니라면 의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질병 유무와 질병의 종류, 시행할 치료의 종류와 방식, 의료행위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반드시 설명해야 합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성형수술, 피부미용시술입니다. 미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경우는 드물지만, 사실 의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치료는 아니므로 실제 시술을 시행했을 때 인체에 끼칠 수 있는 파급효과에 대한 설명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시술을 할 경우 신경손상의 위험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면 환자가 마음을 바꿔 시술을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도 환자가 예뻐지기 위해 시술을 선택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병원∙의사가 영리만을 추구해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환자가 부작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다가 신경손상 등으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환자의 신체적 손해, 정신적인 충격,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의료상 꼭 필요한 치료, 생명에 위험을 주지 않는 경미한 치료라 하더라도 ‘의사의 설명의무’는 간과될 수 없는 것입니다.

내가 받은 수술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못 들은 것 같은데? 위자료 청구소송 할 수 있을까?

판례를 보면 의사의 설명의무를 의료행위 전반에 걸쳐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여 위자료 지급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다음과 같이 한정하고 있습니다.

① 수술 이후 나쁜 결과의 발생 가능성이 큰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②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단, 설명의무에 따른 위자료 산정은 환자의 나이, 진단받은 질환명, 원래 지병이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설명의무를 병원 측에서 얼마나 하지 않았는지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크게 납니다.

안타깝지만 위에 언급한 ‘나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고 생명이 좌우되는 중대한 수술’은 설명의무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심장 수술이 즉시 필요한 환자에게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설명의무가 상세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해야만 하는 수술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손해배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루어지더라도 금액이 상당히 소액입니다.

반면, 미용 수술의 경우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치료가 아닐 뿐더러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 환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설명의무가 더욱 중요시 됩니다. 설명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수술을 위험성까지 감추고 행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기에 손해배상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위자료 금액도 크게 나오게 됩니다.

여기까지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 ‘의료인의 설명의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예상치 못한 의료분쟁으로 막막한 분들이 내 경우가 과연 의료사고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두번째 기준, ‘의료인의 과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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