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의사의 과실로 증후군을 앓게 된다면?-추간판제거술 과실로 인한 마미총증후군 발병 사례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울 땐 다른 ‘요소’를 지워라
의료행위는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입니다. 때문에 의료사고 발생 시 일반인은 의료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죠.
때문에 수술 후 없던 근육통이나 통증이 수반되었을 때, 의사에게 이 사실을 호소하더라도 ‘수술 후 잠깐의 후유증이니 시간이 지나면 호전된다’라는 얘길 들으면 ‘곧 나아지겠지’하는 생각과 함께 수일을 참아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회복 과정이 아닌, 만일 수술 중 의사의 과실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될 다른 증후군을 얻게 된 거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는 계속 ‘수술은 잘 되었으니 과실이 없다’라고 주장한다면?
이러한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적용하여, 법원에서는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간접사실을 증명함으로써 해당 문제가 의료 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
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수술 -> 문제 발생’을 직접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이 아닌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여 원인이 ‘수술’ 한 가지로 귀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번 사례는 위와 같이 다른 원인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수술 중 과실 가능성을 입증함으로써 피고병원의 설명의무 위반 및 담당의의 수술상 의료과실을 인정한 판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선택한 추간판절제술
40대 초반의 원고는 평소 족구, 자전거타기 등 운동을 즐기는 건강한 남성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운동을 하다가 넘어지는 사고 이후 허리와 엉덩이, 왼쪽 허벅지 부위에 통증을 느꼈고 피고의 병원을 방문, MRI 검사를 통해 소위 ‘디스크’로 알려진 추간판 탈출증을 진단받게 됩니다. 하여 최초 2~3차례 주사 및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약 3개월이 지나도 증상이 여전하여 병원을 재방문, 다시금 추간판 탈출증에 해당하는 약물, 주사, 도수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1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결국 의사의 권유에 따라 사건의 발단이 된 미세현미경하 개방 추간판절제술을 시행받기로 합니다.
수술 직후 더 불편해진 하반신, 그리고 무의미한 보존 치료
문제는 수술을 받은 직후부터 나타났습니다. 수술 전보다 더 엉덩이부터 발바닥까지 감각이 무디고 저린 증상이 이어진 것. 수술 다음날 의사에게 증상을 호소하였으나 ‘부종으로 인한 일시적 마비 증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증상은 악화되어 다리를 들거나 발목을 돌리는 것이 어려워졌고 추후 대소변 장애까지 발생하였습니다.
하지만 병원은 계속해서 ‘수술은 성공적이며 곧 회복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MRI영상 촬영 결과까지 보여주면서요. 이러한 상황에서 의학 지식이 없는 피해자들은 불안하지만 결국 의사 말을 믿을 수밖에 없죠. 원고 역시 의사의 권고에 따라 운동신경 마비, 대소변 곤란 증세에 대한 보존적 치료만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다 이윽고 답답한 마음에 재활의학과를 방문하여 소견을 요청, 수술을 시행했던 요추 4,5번에서 신경병증의 소견이 보인다는 설명을 듣게 됩니다.
‘수술은 성공적입니다’ 계속되는 병원의 오리발
원고는 다시 수술을 시행했던 담당의에게 찾아가 수술 이후의 치료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지만, 의사의 대답은 한결같이 “MRI 상 신경 압박 소견이 없다” 였습니다. 그러나 계속된 통증과 불편함을 호소하자 담당의는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마미총증후군에 걸린 것 같다”라고만 설명한 채 계속해서 재활치료만을 권하였고, 나중에는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퇴원을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원고는 수술부위의 통증을 느끼고 보행 시 저린감 및 불편함에 시달리며 매일을 진통제로 견뎌내는 상황.
선택의 자격을 잃은 환자,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병원
이 사례에서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위는 크게 두 가지. 먼저 ‘설명의무 위반’입니다. 수술 후 이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있을 경우, 특히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인 경우 발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지라도 설명을 해야 합니다.
원고가 받은 추간판 절제술의 경우, 수술 후 마미 신경이 손상되어 방광 및 장 기능의 소실되고 하반신이 무감각해지는 ‘마미총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반드시 해당 증후군에 대한 설명이 전제사항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해당 병원은 수술의 시행여부 및 수술시간, 일반적 부작용에 대해서만 설명하였을 뿐 마미총증후군과 같은 중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해당 설명을 들었더라면 원고는 수술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하여 해당 수술을 받을지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마미총증후군 발생으로 인한 각종 문제를 회피하고 지금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었겠죠.
신경손상 주의의무를 간과한 의사
두 번째는 의사의 ‘수술상 의료과실’입니다. 해당 수술은 척수에 대한 압박이 신경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며, 부적합한 시술로 인해 신경학적 결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는 이를 예견하고 예방하기 위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여 수술 중 신경조직에 대한 압박을 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죠. 특히 해당 사례의 원고의 상태는 수술 공간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협소한 상황으로 주위 척수신경에 압박이 가해질 위험이 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수술이었죠. 하지만 수술 후 담당의가 원고와 나눈 녹취 기록에 따르면, ‘마미총증후군 같은 게 있다’, ‘지난 수술로는 완전히 척추관을 넓히지 못해서’, ‘신경이 손상되어 회복되는 것’ 등의 대화를 통해 수술 중 원인으로 신경손상이 생겼다는 사실과 척추관을 충분히 넓히지 못했다는 등의 사실이 언급되었습니다.
이로써
- 1. 수술 이후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증상이 발생한 점
- 2. 마미총증후군이 유추수술 이후 처음 발병한 경우 부적절한 감압술에 의한 가능성이 농후한 점
- 3. 수술 공간이 협소하여 수술 시 신경손상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
- 4. 수술 후 담당의의 대화에서 수술에 문제가 있음이 유추됨
을 고려하여 수술 중 과실과 마미총증후군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되었습니다.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5천만원 배상 판결
소송 당시 원고측은 과거치료비와 향후 치료비, 그리고 장해율에 따른 소극적 손해 및 정신적 손해를 따져 금 41,274,100원과 함께 정상적인 사회 업무 불가로 인한 일실수입 75,515,726원을 지급하라 청구하였습니다. 최종 결론은 50,000,000원 지급으로 종료되었죠. 병원의 과실 및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모두 인정받은 사례로, 단 일실수입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운 의료행위 중 과실
해당 사례는 의료소송전문 법률사무소 이원의 정이원 변호사가 담당한 의료소송사건을 읽기 쉽게 풀이한 내용입니다. 위 사례는 법률사무소의 전문적 도움을 통해 병원의 책임을 인정한 판례이나, 의료 소송의 경우 사고와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홀로 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법률사무소 이원은 의료소송전문 법률사무소로, 의료 중 사고로 인해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소송을 전문으로 진행합니다.